[BL] 순정비극

"아까 강태금한테 전화가 왔어.“

“......”

"근데 기분이 더럽더라고. 왜일까?“

그야 난 모르지. 김우재가 어깨를 으쓱이며 힘 풀린 눈을 느릿하게 감았다. 곧 뺨으로 날아올 손길을 알고 있으니 준비를 해야 마땅했다. 서진오는 잠시 손목을 돌리더니 정말로 김우재를 향해 위협적으로 손을 쳐들었다.

"묻잖아. 왜 대답이 없어.“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내가 기분 풀릴 때까지 맞고 나면 그땐 용서할게. 내가 형을 사랑하니까.“

그동안 김우재가 서진오에게 배운 거라곤 단 한 가지의 메커니즘뿐이었다. 고통을 인내하며 견디고 나면 돌아오는 용서. 김우재는 언제나 그저 서진오의 용서를 바랄 뿐이다. 자신의 구원자에게 빚을 갚는 대신 칼을 꽂았다는 사실이 스스로도 비통했다. 서진오에게 진 빚을 갚는 건 평생이 지나도 어려울 것이다. 그러니 지금처럼 이렇게 사죄하는 마음으로 얌전히 맞아주는 것이 맞았다.

***

김우재에게 서진오는 자신의 목줄을 쥐고 있으며, 감히 사랑하거나 미워해서도 안 되는, 그런 절대적인 존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