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 파리 5구, 청회색 지붕 아래

하얀 외벽 건물, 비슷한 각도로 기운 청회색 지붕, 촘촘하게 설치된 붉은 굴뚝... 단아하게 정비된 프랑스 파리 5구. 어학원에서 프랑스어를 배우며 틈틈이 호텔 청소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던 효준은 호텔에 장기 투숙 중인 한국인 남자 두 명을 목격한다. 그리고 효준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태화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정현이 태화와 태화의 보스턴백을 둔 채 체크아웃을 하고 사라지고... 태화가 효준을 보며 미소짓는다.

“한국인이시네요? 어디 살아요?”
“이 근처.......”
“잘됐다. 거기로 가면 되겠네.”

태화는 갑자기 거리를 좁혀 와 효준의 일상을 침범한다.

“너, 나랑 하고 싶지? 나랑 해 보려고 데려온 거 아냐?”
“아닙니다. 그런 거 아니에요.”
“그럼 왜 데려온 거야? 곤란하다니까 정말로 도와주려고?”
“여권도 없고 돈도 없다고 하시니까.......”
“...착하네. 착한 남자는 취향 아닌데.”

어느새 옷을 모두 벗은 태화가 한 걸음 두 걸음 효준에게 다가선다.

“관용적인 표현이 아니라, 정말로 내가 가진 게 몸 밖에 없어서 그래.”

“재워 주는 만큼 원하는 대로 하게 해 줄게.”

어린 시절에 받은 학대로 인해 가학적인 상대에게 더욱 강하게 매달리던 태화는, 연인이 된 효준이 신사적으로 자신을 대할 때마다 오히려 불안감을 느끼고 집착을 요구한다. 하지만 효준은 정현이 그랬던 것처럼 강압적이고 폭력적인 관계를 만들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