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 사자(使者)

곱슬거리고 빠빳한 머리카락, 검은 눈동자. 해신은 그 검고 동그란 눈으로 시우를 바라보았다. 시우의 등 뒤에 드리운 검은 안개, 시우는 얼마 가지 않아 죽게 되겠지.

... 하지만 그거 내가 가져갈 수 있는데.

시우와 성적인 교접을 맺는다면, 시우의 살이 내게 올 텐데.

“하… 말이 되는 소리를 해. 너게 손끝 하나 대기 싫을 정도로 역겨운데, 너만 보면 토악질이 나올 정도라고.”

시우의 살을 가져가야, 자신이 시우에게 저지른 죄값을 달게 받을 수 있는데.

“사랑……. 너한테 사랑은 과분해.”

“…사랑… 해줘. …사랑해줘, 시우야.”

이왕 사라질 거라면 마지막으로 사랑이란 걸 받고 사라지고 싶었다. 그게 얼마나 무성의하고 하찮은 거라도 괜찮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