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판] 공작 영애는 복수를 위해 성녀가 된다

“살아, 살아 있었어……. 레이첼이 살아 있었어!”

레이첼이 살아 있었다. 꺾이고 망가지고 짓밟힌 모습이 아니라, 반년 전처럼 티 한 점 없이 아름답고 어여쁜 모습으로.

“네, 오라버니. 레이첼이에요.”

레이첼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작고 흰 발을 따라 황금빛 빛무리가 피어났다. 그것이 답이었다.

신.

마리우스는 곧바로 신을 떠올렸다. 신이 레이첼을 도운 것이다.

레이첼은 아주 길고 끔찍한 악몽을 꾸다가 이제 막 깨어난 기분이었다.

그러나 레이첼은 이게 현실임을 알았다. 좁은 방, 굶주림, 진물로 누렇게 변한 채 바닥에 떨어진 붕대까지 하나하나가 다 진짜였다.

레이첼은 최악의 고통과 죽음을 거쳐 새로 태어났다.

‘성녀’. 레이첼은 극한의 절망 끝에 탄생한, 더욱 아름답게 다시 핀 제국의 꽃이었다.